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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소식

2021 오늘의 우리만화상 심사 총평

2021.10.20

2021 오늘의 우리만화상 심사 총평

 

강인선

‘2021 오늘의 우리만화상은 그야말로 잘 차려진 풍성한 을 받는 기분이었다. 저마다 탁월한 맛과 색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뜨거운 창작 에너지가 뿜어나오는 열다섯 작품 중에서 다섯 작품을 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 숭고한 창작물에 우열이 어디 있으랴. 수상작으로 선정된 <더 복서>, <닥터 프로스트>,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도롱이>, <지역의 사생활>의 위대한 성취에 박수를 보낸다. 상 받아 마땅하다.

폭발하는 웹툰 시장에서 고고하게 독립만화가 출판 프로젝트를 펼친, <지역의 사생활> 패기에는 특별한 감동이 온다. 지역 기반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자, 탁월한 모티베이션이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한다. 수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의 선전, 대본소 시대와 잡지 시대 그리고 웹툰 시대를 모두 관통한 노장 투혼 <카야>, 그리고 최종심에 오른 모든 작품에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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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절정이라 해도 좋을 한국 대중문화 전성시대에 웹툰도 당연히 포함된다. 3차까지 오른 15편의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저마다 완성도가 높고, 탄탄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고 펼치고 있다. 드디어 막을 내린 이종범의 <닥터 프로스트>는 심리학을 끌어들여 인간이란 무엇인지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들려주고, 강태진의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안에서 복수의 연쇄가 어떻게 활활 타오르는지 숨 막히게 그려낸다. 두 작품 모두 장르적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작가의 개성이 물씬 들어가 있다. 사이사의 <도롱이>는 이무기와 용이라는 익숙한 캐릭터를 멋지게 변주하며 독창적인 판타지를 전개하고, <더 복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복서가 더, 더 강한 적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전형적인 설정에서 조금씩 빗나가며 자신만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볼키드, 전정미 등의 <지역의 사생활 99>는 한국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지역에 대한 관심과 역할 그리고 만화적인 공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실천하는 프로젝트다. 각 작품의 질도 높지만, 시도 자체가 막대한 의미가 있다.

이번 작품들은 모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르적 틀 안이건 바깥이건 상관없이, 지금 이곳의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공유한다. 그래서 독자 또한 공감하고, 열광한다. 지지와 찬사를 받아 마땅한 오늘의 우리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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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오늘의 우리 만화라는 명칭처럼 오늘우리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심사였다. 이 두 개념은 매우 밀접한데, ‘오늘이 시간적 개념이라면 우리는 그러한 특정한 시간대의 사건 지리적 근접성 안에서 공통으로 경험하는 문화 공동체에 가깝다. 반대로 오늘이라는 탈 역사적이고 물리적 시간을 공통의 경험적 개념으로 규정하는 주체가 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 만화의 의미는 이러한 동시대적이고 공통적인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역시 탁월한 완성도를 지닌 동시에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최종 선정작을 중심으로 보면, 10여 년의 연재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 <닥터 프로스트> 마지막 시즌은 작품 내내 유지하던 인간의 자기 이해라는 테마를 현재 한국 사회의 양극화된 갈등의 양상 안에서 풀어내며 높은 수준의 결말을 이뤄냈고, 판타지 시대극으로 분류될 법한 <도롱이>는 이무기를 도축하는 백정 집안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최근 강하게 대두되는 종평등주의와 인간의 딜레마와 책임을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역시 복수 스릴러라는 장르적 색채를 뚜렷하게 유지하면서도, 출세와 생존 욕구가 뒤엉킨 한국 근현대사의 욕망을 바탕으로 사건을 전개해 묻혀진 과거의 불의가 지금 이곳의 잠잠해 보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터져 나올 수 있는지 핍진하게 그려낸다. <아버지의 복수가 끝이 없어라>가 한국 로컬의 폐쇄성을 서늘한 복수극의 주요 요소로 활용한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9개의 지역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비수도권 탐방기’ <지역의 사생활99>는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부속품으로서의 로컬이 아닌 그 자체 삶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 로컬의 의야기를 담아낸 귀한 프로젝트다. 스포츠 장르와 코즈믹 호러가 결합한 듯한 <더 복서>는 의도적일 정도로 탈역사적이고 탈정치적이지만, 웹툰 특유의 빠른 호흡을 유지하며 소위 정통 왕도물이나 동시대 웹툰의 주요 경향인 먼치킨물의 공식을 자유자재로 비틀고 전복하며 현대 웹툰 스토리텔링의 경향을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늘의 만화 개념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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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완 

2차 선정작으로 추천된 모든 작품에서 작화력, 장르차별성, 스토리텔링의 완결성 등이 돋보였다. 최근 웹툰작가들의 신작들이 보여주는 도전정신이 한국웹툰의 원천이야기, IP의 가치를 더 뛰어나게 부상시키고 있다. 특히, <더 복서>의 연출과 화면구성, 대사의 완결성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돋보였고, 특히 액션과 스펙터클의 복싱장면 연출은 지금까지의 복싱만화 중에서도 정상급이었다. <닥터프로스트>는 실제 대중성을 얻기 어려운 심리장르를 적절한 연출과 화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켰으며, 오랜 시간 연재하기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작가정신으로 완결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는 우리 주위의 익숙한 일상에서도 심도 깊은 취재와 인간의 정서적 아픔을 정교하게 표현하면 극도의 서사적 텐션을 충분히 보장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만드는 역작이었다. 가장 만화적인 표현과 대사의 감칠맛으로 만화의 존재기반과 경쟁력을 보여준 작품들이어서 더욱 반가웠고, 특히, 작가들의 역량이 이제는 영화와 드라마를 충분히 견인하며 차세대 한류의 성공적 비전을 선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선정작과 작가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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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하

오늘의 우리만화는 해당하는 기간 중 출간되거나 연재된 만화, 웹툰 전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한다. 또한 1-3차에 걸쳐 많은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상의 명칭처럼 우리 만화의 오늘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21년 오늘의 우리만화에는 웹툰 4편과 출판만화 1개 시리즈가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만화가협회장상을 수상한 지역의 사생활시리즈는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각 지역마다 1권씩 중편 만화를 만드는 참신한 프로젝트다. 전체 만화 시장이 웹툰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 작가의 창의성이 중요하고, 창의성은 오늘 우리만화에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웹툰 4개 작품의 면면도 흥미롭다. 정지훈의 <더 복서>는 웹툰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스포츠 장르만화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스크롤 연출에 최적화된 스포츠 액션 연출이 눈을 끌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탁월하다. 이종범의 <닥터 프로스트>10년간의 장기 연재를 드디어 끝낸 만화다. 심리학이라는 낯선 주제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며 동시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감정의 상호작용에 대해 묻고, 고민한 작업이다. 사이사 작가의 <도롱이>는 성장하는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동양 판타지이면서도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히는 작품이다. 상이한 입장들의 복잡한 갈등을 서사 속에 압축해 채운 솜씨도, 그 복잡성을 독자의 궁리로 이끄는 힘도 놀랍다. 강태진 작가는 꾸준히 한국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를 발표한 작가다. 이미 전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안타깝게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는 역시 한국사회의 여러 욕망을 투영한 개인들을 형상화하고, 이들의 관계를 통해 한국의 심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