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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소식

[박기정 회원] 한국만화가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만화계의 대부 박기정 선생님을 만나다.

2021.09.13

한국만화가협회는 한국 만화의 역사와 함께한 원로 작가 선생님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작가의 작품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한국 만화계의 대부이자 한국만화가협회 초대 회장직을 역임한 박기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박기정 선생님은 시대의 명작 <도전자>, <폭탄아>, <레슬러> 등을 발표하며 권투선수, 독립군의 밀사, 레슬링 선수 등으로 활약하는 ‘훈이’ 캐릭터를 통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래의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또한 박기정 선생님은 30여 년간 시사만평을 그려온 시사만화계의 대부이기도 하십니다.

 

특히 박기정 선생님은 우리의 만화가 ‘불량만화’취급을 받고, 만화인들의 권익이 침해받던 시절(1970년대)에 ‘한국만화가협회’ 1대, 3대 회장을 역임하여 우리 만화계를 발전시키는 밑바탕을 만드셨습니다.

 

팔십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고운(?) 피부와 환한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선생님과 함께 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협회 : 만화가협회 회장직을 맡으시면서 만화정화사업을 하셨는데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박기정 선생님 :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 회장직을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때 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만화정화사업은 아동만화가라고 하는 사람 전체를 심사해서 무자격자, 외국 것이나 남의 작품을 무단으로 베끼는 사람들을 가려내겠다는 거였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세종로 한국만화가협회 건물로 수백 명의 만화가들이 모여들었어.

눈에 불을 켠 '베끼기 만화가'들과 15명의 심사위원들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 지금은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서 부드러워 보이지만 예전에는 눈빛이 호랑이처럼 무서웠거든. 

 "나한테 맡겨라"라고 외치며 문을 박차고 나가서 아무 소리 없이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았다더니 마주친 사람들은 눈을 아래로 까는 거야. 기선제압을 한 거지. 아무튼 큰 싸움이 일어날 수 있었던 상황을 잘 마무리했어.  

회장직은 지금 생각보면 늘상 싸우는게 일이었어.

 

협회: 요즘의 웹툰 혹은 만화를 보시나요? 

박기정 선생님 : 아니.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 것을 베끼는 것에 두려움이 있어서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아. 

창작자의 고통이기도 한데 되돌아보면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하지 못했던 것이 조금은 후회되기도 해.

 

협회 : 요즘 세대(MZ)에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데 박기정 작가님을 비롯한 원로작가님들의 만화를 요즘 세대도 공감할 수 있을까요? MZ 세대에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요?

박기정 선생님 : 글쎄. 5~6년 전에 복간된 도전자를 초등학생이 봤다고 연락을 하긴 하더라고. 요즘 세대들에게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 

 

협회 : 요즘 세대들은 책을 넘기는 세대가 아니라 컴퓨터 스크롤을 내리는 것이 익숙한 세대인데 선생님 작품을 디지털화해서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요?

박기정 선생님 :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 작업을 아는 사람이 하고 있어. 그 작업이 끝나면 예전의 "훈이"(선생님 작품의 주인공)를 젊은 세대에게 소개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 어려운 시기에 '훈'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도 같고.

 

협회 : 현재 만화가협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기정 선생님 : 협회 차원에서 회지를 만들어서 보내주면 좋겠어. 꼭 종이가 아니더라도. 나이 든 작가들은 아무래도 만화계 소식을 보내주지 않으면 모르거든. 또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협회밖에는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