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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소식

[장통 회원] 인터뷰 - '실패'라는 섣부른 '규정'에 대한 경계

2022.02.15

협회 : 작년에 나온 <난 프리랜서 만화가로 잘 먹고 잘 삽니다> 라는 책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 볼께요. 책을 쓰신 동기가 있을 것 같아요. 

장통 작가님 :  . 일단 만화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지금 만화를 전공 하는 젊은 작가님들 같은 경우에는 웹툰 작가가 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을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서 수 많은 노력을 했다가 데뷔를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차기작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만화가의 삶을 완전히 중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당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첫 번째 목표고요. 두 번째는 만화가들이 워낙 바쁘게 그림만 그리면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만화가로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행정적인 일들. 그러니까 저작권 문제라든가 계약서라든가 또는 세금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을 모르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또 그런 정보들을 담은 책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정보가 흩어져 있고요, 그래서 그런 종합적인 내용들을 한꺼번에 모두 다루는 책이 하나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협회 : 작가님은 흔히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만화가, 웹툰 작가가 아닌 외주만화가라는 타이틀 안에서 큰 역량을 발휘하고 계신데 처음부터 그 길을 생각하고 시작하신건가요?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장통 작가님제가 2005년에 대학교를 졸업 했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그 시기는 만화계가 완전히 붕괴가 돼서 거의 만화계가 없다시피 한 그런 시점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3~4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붓고 세상에 내 던져졌는데 당장 내가 내 전공을 살려서 내 만화를 실어줄 매체도 없었고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익힌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교재 삽화 일을 받게 됐고요. 그것이 계기가 되었네요.

 

협회 : 그러면 외주만화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작가님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장통 작가님일단은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만화가와 외주 작업의 다양한 분야 그리고 각각의 특징들을 이론상으로 잘 알고 있다라는 게 좀 다른 점일 것 같습니다.

 

협회 ; 그러면 작가님은 본인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혹시 어떻게 되시는지요?

장통 작가님 :  사실은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만족도가 100프로였는데요. 아이가 생기고 나니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가족에게 항상 미안하다라는 마음 때문에 만족도가 조금 떨어지기는 것 같아요. 그치만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고 한동안 좀 쉬어야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원하는 시점에서 쉴 수 있는 것이 이 일의 장점이겠네요.

 

협회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하루 일과도 궁금하고, 남는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장통 작가님 : 일단 제가 좀 가장 안 좋은 케이스인데요. 밤낮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기상 시간과 잠드는 시간이 매일 다릅니다. 오로지 마감에 맞춰서 살다 보니까 아침에 잘 때도 있고 저녁에 잘 때도 있고... 그리고 또 쉬는 날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요. 그래도 시간이 생기면 그냥 쉬거나 아이와 놉니다.(웃음) 

 

협회 :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님으로 열심히 활동해 주시고 계신데 작가님에게 이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장통 작가님 : 저는 제가 많이 도와드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들 그렇게 얘기를 해 주시니까 사실 좀 부끄럽고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그냥 우리 협회가 굉장히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건이 열악하잖아요. 열악한 상황에서 그냥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협회 : 이건 개인적인 질문이긴 한데 장통의 통 무슨 의미인가요?

장통 작가님 :  어린 시절 동네에서 애들이랑 놀때 리더 역할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걸 보고 동네 주민분들이 장통,장통 이렇게 불러주셨어요. 그러다보니 저는 별 생각 없이 그냥 내 별명은 장통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평생을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더라고요.

 

협회 :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를 보통 통이라고 얘기 하잖아요.?

장통 작가님 :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냥 어른들이 저보고 장통장통 그러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에서 생각을 하니까 그런 의미도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웃음)

 

협회 : 이 질문은 협회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있는 질문이기도 한데 작가님의 인생 만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장통 작가님 :  일단 첫 번째는 <기생수>. 만화를 볼 때 아무래도 제 직업적인 부분을 떠나서 볼 수 없기에 완성도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살피거든요. 만화라는 것이 연재를 거듭하다 보면 늘어지기도 하고 또 필요 없는 얘기가 중간에 계획 없이 삽입되거나, 이야기가 질질 끌리기도 하고 그러는데 <기생수>라는 작품은 기승전결이 아주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완전체 같은 느낌이 들어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기생수 다음으로는 <간츠>라는 작품이요.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좋아합니다. 에피소드들이 전개될 때마다 엄청난 긴장감과 짜임새 있는 구조로 독자를 심리적으로 몰아가는 부분들이 굉장히 좋았고, 그전까지는 사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연출이 접목되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협회 : 새해가 됐는데 올 한 해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장통 작가님 : 올해 계획은 말하기가 참 민망한데 일을 더 많이 하자입니다.(웃음) 향후 한 2~3년간은 좀 더 힘들게 일을 해야 뭔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협회 : 만화가, 웹툰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장통 작가님 :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 생각나는 것을 좀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만화가 동료들이 있었고 그중에서 만화를 그만둔 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근데 만화를 하다가 어떤 사정에 의해서 만화를 그만뒀다고 해서 실패한건 아니다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만화를 하다가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 만화를 잠시 쉬게 되고 또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자기의 만화를 만들어서 잘되는 분도 많고, 직업적으로 만화가를 포기했지만 자기가 좋아하던 일을 이용해서 성공한 후 개인 혼자의 만족을 위한 작업으로 즐기시는 분도 많고요그래서 내가 만화가의 길에 들어섰다가 그 길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돌아오지 않더라도 또 다른 분야에서 만화를 접목시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을 실패했다고 규정하지도 말고 나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좀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