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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소식

[신일숙 회원] <마누의 딸들>과 돌아온 만화가 신일숙의 창작 여정

2025.08.04



<마누의 딸들>과 돌아온 만화가 신일숙의 창작 여정

 

 

 

20세기 말,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명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신일숙 작가가 돌아온다. 그녀는 이 작품의 바탕이 된 꿈에 영감을 받아, 페르시아 전쟁사를 더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제, 그 원초적인 꿈의 이미지에 더 가까운 이야기, <마누의 딸들>로 우리 앞에 선다. 아르미안의 왕을 뜻하는 '.마누'의 딸들의 이야기가 <마누의 딸들>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것이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가장 좋고 재밌어서 죽는 날까지 만화를 그릴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의 신작을 네이버웹툰에서 곧 볼 수 있다. 202586, <마누의 딸들> 런칭 시점에 맞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의 오후에 신일숙 작가와 함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누의 딸들><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독자들에게 선물같은 작품"

 

Q. 안녕하세요신일숙 작가님작업 중에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신작을 곧 런칭할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A.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신작이 곧 연재에 들어가거든요. 8월 6일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제목은 <마누의 딸들>입니다.

 

Q. <마누의 딸들>이란 제목만 들어도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떠올라 기대가 되는데요. <마누의 딸들>은 오래전에 구상하신 작품이라고 들었어요. 언제 어떻게 기획한 작품인가요?

A. 40년 전쯤, 선명한 꿈을 꾸고 이걸 꼭 만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야 <마누의 딸들>로 만들게 됐어요. 당시에 꾼 꿈에 더해서 좋아하던 페르시아 전쟁사와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접목해 만든 게 <아르미안의 네 딸들>입니다. <마누의 딸들>이 원래의 꿈에 더 가깝죠.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여왕(마누)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딸들이 있는데 짐승으로 변하는 능력을 가졌고 이 능력을 가져야만 마누가 될 수 있단 설정이고요. 주변국은 남성 왕권 중심의 사회이고 언젠가는 마누의 나라도 남성 중심의 사회가 되어갈 텐데 이 과정에서 마누의 딸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Q. 신작 <마누의 딸들><아르미안의 네 딸들>와 닮은꼴로 보입니다.

A. 그래서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독자들에게 선물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등장하는 네 명의 캐릭터와 <마누의 딸들>의 캐릭터들을 비교해서 본다면 재밌을 거예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처럼 보일 텐데 그래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Q. <마누의 딸들>을 만들 때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며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A. 마누의 딸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네 명의 개성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각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캐릭터가 중첩되지 않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네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연재할 때도 이런 표현이 어려웠어요. 둘째 딸은 처음 등장할 때 자신이 예쁘다는 걸 알고 콧대 높은 면모를 보이다가 연재할수록 우아함이 드러나도록 표현했는데, 우아함이 둘째 딸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연재하면서 알았기 때문이죠.

 

     

  

 

 

 

“10, 20년 후에도 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만들 때부터 목표였습니다. <마누의 딸들>에서도 목표는 같아요.”

 

Q. 작가님께서 데뷔했던 1980년대에는 단행본과 잡지로 만화를 볼 수 있던 시대였습니다.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사랑의 아테네>부터 <아르미안의 네 딸들><리니지> <크리슈티> <파라오의 연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오셨는데요. <카야>를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으로 연재하면서 세로스크롤 연출이나 올컬러 채색 등 창작 환경이 많이 달라졌는데, 웹툰 창작 방식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신티크라는 도구에 익숙해지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됐어요. <카야>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할 때만 하더라도 출판만화를 그리듯 작업하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세로스크롤로 편집하고 채색도 도와줬습니다. <마누의 딸들>은 콘티부터 뎃생, 펜터치까지 모두 신티크로 그리고 있고 콘티도 세로스크롤로 하고 있어요. 요즘 웹툰 작가들처럼 만드는 건 <마누의 딸들>부터라고 할 수 있죠. 세로스크롤 연출에 적응하기 위해 웹툰을 많이 읽어 보려고 노력했고 좋아 보이는 연출을 유심히 살피니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Q. 웹툰의 창작 방식과 출판만화의 창작 방식을 비교했을 때 작가 입장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A. 출판만화는 주어진 페이지 수에 맞춰서 이야기의 흐름을 조절했다면 웹툰은 세로스크롤을 내리면서 내가 해야 할 이야기에 맞춰 흐름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어요. 매체 특성에 따라서 연출이나 창작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없어요. 요즘 웹툰은 이야기 전개가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는데, <마누의 딸들>에서는 그런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고 내 스타일에 맞춰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빠르게 진행하다가 자칫 캐릭터의 감정선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인 소신인데 수명이 긴 작품은 천천히 전개돼도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유행에 민감한 작품들만 연재된다면 만화의 수명도 짧아질 것이란 생각도 들고요. 웹툰이기 때문에 출판만화와 무조건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출판만화의 시대에도 만화의 수명은 독자가 결정했어요. 작가는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도를 보여주는 수밖에는 없죠. 어떤 작품이든 10, 20년 후에도 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만들 때부터 목표였습니다. <마누의 딸들>에서도 목표는 같아요.

 

Q. ()한국만화가협회 협회장을 2020년부터 지내 오면서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카야>를 완결했고 신작도 준비해서 런칭을 앞두고 있습니다. 협회장이란 직책은 만화가들을 대표하는 자리라서 해야 할 일도 많고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많은데 작업까지 꾸준히 할 수 있던 비결이 있을까요?

A.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적이에요. 작품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죠. 협회장을 지내면 작업에 몰두할 시간이 없긴 해요. 처음 협회장을 맡았을 땐 코로나 펜데믹 시기이기도 했고 얼마만큼 많이 뛰어야 하는 자리인지를 잘 가늠하지 못했어요. 2023년에 연임하면서 협회장으로써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죠. 협회장으로서 책임도 중요하지만 협회장이기에 앞서 만화가이기 때문에 만화를 만드는 건 놓을 수 없어요. 바쁜 와중에 만들고 싶은 만화를 구상하고 작업을 하는 건 가장 좋아하고 재밌는 일이어서 그래요.

 

Q, 만화를 그리는 게 제일 좋고 여전히 재밌다는 말씀은 많은 지망생들이나 작가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A.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는 만화를 그리는 게 재밌고 좋지만, 모든 작가들이 그렇게 느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도 아니라서요. 주변에서 만화를 연재하면서 힘들어 하는 걸 많이 봐 왔어요. 연재를 위해 만화를 만드는 건 힘든 일이란 건 틀림없어요. 나도 연재하는 동안은 즐겁고 기쁜 것보다 힘든 게 더 많고요. 그런데 연재 마감을 하는 동안 내 마음대로 그림이 잘 그려졌거나, 의도대로 표현되었을 때, 재미있고 즐거워요. 또 이야기의 중요한 대목이 끝났을 때 여기까지 마침내 왔다는 생각에 기쁘고요. 완성했을 때의 희열을 위해 고통스러워도 이겨내는 거예요. 완성해서 느낄 희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덜 힘들어 하고 견디는 거죠. 저처럼 덜 힘들게 작업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겠죠.

 

Q. 신일숙 작가님도 만화를 만들 때 의도대로 표현되지 않고, 잘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나요?

A. 그럼요. 내 마음대로 표현되지 않는 순간이 더 많죠. 한 회차 도입에서 그림이 잘 안 그려지다가 마무리 컷들에서야 잘 그려지기도 하고요. 매 회차 시작할 때마다 잘 그려지지 않아 힘들어요. 그리고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나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잘 그려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 뛰어난 거죠. 예쁜 캐릭터를 표현할 때 실제로 예쁘게 그리기도 해야겠지만, 독자들이 그 캐릭터를 예쁘게 생각하게끔 유도하는 기술도 필요한데, 이 기술만큼은 남들과 비교해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가세요. 큰 나무는 꾸준히 크는 겁니다."

 

Q. 신일숙 작가님은 1984년에 데뷔해서 출판의 시대에서 웹툰의 시대까지 41년간 만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만화가 생활을 하면서 혹시 이제 만화 그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A. 20대 때는 한 50세쯤 되면 만화는 그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딱히 논리적인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고, 그때가 되면 나이가 많으니 건강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만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안 들 것 같았거든요. 막상 그 나이가 되어 보니, 50세가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더라고요. 계속 만들고 싶은 작품이 떠올라서 하다 보니 41년이란 세월이 흘렀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평생 작가 하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주변에 계신 원로 작가님들도 연재처만 있다면 작품 활동을 계속 하고 싶어 하세요. 나이가 들며 매체나 환경이 바뀌니까 경력이 끊기는 것 뿐이죠.

 

Q. <마누의 딸들> 외에도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더 남아 있나요?

A. 그럼요. 준비해둔 이야기는 많아요. <마누의 딸들>100화에서 150화 정도의 분량이 될 거라고 예상하는데 그 후에는 50화 이상의 긴 이야기를 만화로 만드는 건 어려워 보여요. 매주 1화씩 마감을 하는 루틴을 만드는 게 힘들어서요. 만화가가 되어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세 개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 두 번째는 <파라오의 연인>, 세 번째가 <카야>였어요. 그렇게 긴 이야기를 만들 때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여러모로
부담이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인기의 여부와 관계없이 극한까지 도전하며 만들었어요
. 이제는 꼭 만들고 싶던 만화 세 작품은 다 만들었으니, 극한에 도전하는 작품보다는 즐기며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Q. 만화를 만드는 동료 작가들에게, 그리고 만화계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A. 만화를 만들고 있고, 만들려고 노력하는 작가들에게는 자기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트렌디한 어떤 것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히트 치는 작품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고요. 숲에는 작은 나무, 큰 나무, 다양한 풀꽃들이 피어 있듯이 각자 자기만의 작품을 꾸준히 만드는 게 더 중요해요. 그래야 오랫동안 만화라는 숲이 보존될 수 있는 거고요. 꾸준히 자기의 길을 가세요. 큰 나무는 꾸준히 크는 겁니다.

저는 만화가 이전에 만화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독자로서,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보고 싶어요. 일부 장르는 인기가 없어서 연재할 엄두도 못 내고 연재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데 신인 작가들 중에서는 하고 싶은 만화가 있어도 쉽게 기회가 오지 않아 시도조차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플랫폼에서는 이런 다양한 장르들이 꽃 피울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정통사극 만화를 좋아하는데 취재할 거리나 공부할 거리가 많고 긴 이야기로 펼쳐져야 해서 만들기 어렵고 수요도 적으니 연재물을 찾기가 어렵네요. 정통사극 만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많이 연재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  홍난지(만화평론가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